1. 서 론
백금 나노입자는 1800년대 수소와 산소의 결합을 촉진한다는 것이 발견된 이래로 다양한 산화, 환원, 수소화 반응 등에 촉매로 활용되고 있다.1) 최근 들어 백금, 팔라듐, 금 등의 귀금속 소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들 소재들의 사용량 대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2) 이와 같은 필요성에 따라 기존에 촉매로 사용하던 수십 나노미터에서 수 나노미터 크기의 나노입자 대비 귀금속 사용량을 줄인 1 nm 근방의 작은 나노클러스터의 화학적 특성을 근원적으로 이해하려는 연구들이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3,4,5,6) 개별 원자를 촉매로 사용하는 단원자 촉매(single-atom catalysts)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7,8,9,10,11) 불균일 촉매 활용 전략의 최종 단계로 여겨지는 단원자 촉매는 아직 개념 정립과 활용의 초기단계에서 촉매 특성 최적화, 안정성 향상 등, 다양한 선결과제들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12,13,14,15) 하지만 1 nm 부근의 작은 나노클러스터 촉매들은 기존 촉매 시스템의 소재 구성을 유지하면서 금속 나노입자의 크기만 줄여 사용한다는 개념적 편의 때문에 귀금속 사용량 저감을 위한 현실적인 촉매 시스템으로 여겨지고 있다.
촉매 반응을 일으키는 귀금속 나노입자는 구조적, 열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지지체 위에 고정된 형태로 사용된다. 이와 같은 지지체들은 단순히 나노입자를 붙잡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어왔다. 그러나 산화반응 또는 수소화 반응 등에 대해 주로 사용되는 산화물 지지체들이 금속-산화물 계면에서 다양한 형태적, 전기적 상호작용을 일으켜 계면의 독특한 화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새롭게 알려지고 있다.16,17,18) 이에 따라 금속-산화물 계면의 물성을 이해하는 것이 나노입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백금의 경우 2 nm 크기 부근에서 백금-산화물 지지체의 상호작용이 극대화되며,19) 이에 따라 백금 촉매의 다양한 산화 반응에 대한 특성이 약 2 nm 근방의 크기를 기준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본 연구팀은 다공성 세리아(CeO2) 지지체에 담지된(impregnated) 백금 나노입자 촉매에서 일어나는 메탄의 산화반응이 백금 나노입자의 크기와 반응 가스의 분압에 따라 세리아-백금 계면과 백금 나노입자 표면의 두 종류 반응지점에서 독립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20) 그 결과 실험을 통해 관측하는 전체 촉매 성능은 이들 두 반응지점이 나타내는 성능의 조합으로 결정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일정 크기 이상의 백금 나노입자 표면에서 특정한 넓이 이상의 Pt(111) 또는 Pt(100) 면이 형성되면 이들이 반응물과 반응하는 방식이 백금-세리아 계면이나 작은 크기의 백금 나노입자 표면과 달라지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백금 나노입자는 크기에 따라 세리아 지지체와 전기적 상호작용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 실험-이론의 조합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도 하였다.21)
위에서 언급한 메탄의 산화반응은 물론, 일산화탄소 산화반응과 같이 공기중의 산소를 활용해 대상 물질을 산화해야하는 촉매 반응에 백금 나노입자를 사용하는 경우, 백금 나노입자 표면과 산소의 반응성이 산화반응의 성능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촉매의 산화반응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반응으로 사용되며,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수소 정제 등, 산업적 효용성도 매우 높은 일산화탄소 산화반응(CO 산화반응)의 경우, 1~2 nm 크기의 백금 나노입자 표면에서 발생하는 미세면(microfacet)들이 산소의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22,23,24) 백금은 O2 대비 CO 친화력이 매우 높으며, 따라서 백금 나노입자 표면이 일산화탄소 산화반응 조건에서 CO에 의해 피독될 가능성이 높다.25,26,27,28)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 즉, 단원자에서 1 nm 근방의 백금 촉매들은 CO를 먼저 흡착한 후, 백금-산화물 계면에서 산화물 표면에 존재하는 산소 이온을 활용해 CO를 산화하는 Mars-van Krevelen (MvK) 메커니즘을 통해 CO 산화반응을 활성화한다.16,29) 그러나 충분한 미세면이 발달한 이보다 큰 나노입자에서는 미세면에서 일어나는 CO와 O2의 경쟁적 흡착과 함께 백금 미세면에서 O2를 어떻게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촉매 특성이 결정되는 것으로 여겨진다.29) 실제 CO 산화반응 환경에서는 반응물에 최대 약 1 vol% 가량의 CO가 포함되게 되는데 비록 백금이 CO를 강하게 흡착하지만 CO 분자들 사이의 반발력과 높은 O2 분압의 영향으로 백금 미세면 위에 약 0.5 ML (monolayer)~0.75 ML의 비율로 CO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20) 이 경우 열려있는 백금 미세면의 표면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O2를 흡착해 두 개의 산소원자들로 분리할 수 있고 그 결과 백금 미세면의 표면에서 Langmuir-Hinshelwood (LH) 메커니즘에 의한 산화반응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 논문에서는 약 1.5 nm 가량의 크기를 가지는 147개 원자로 이루어진 백금 나노입자를 기준으로 나노입자의 다양한 구조적 요소들(꼭지점, 모서리, Pt(111) 및 Pt(100) 미세면)에서 일어나는 O2 분자의 흡착과 해리(dissociation, O2 → O + O) 과정의 열역학적 에너지와 동역학적 활성화에너지를 전자밀도함수이론(density functional theory, DFT) 계산을 활용해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백금 나노입자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산소 활성화과정을 에너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백금을 활용한 산화 촉매 반응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2. 실험방법
DFT 계산 수행을 위해 Vienna ab-initio simulation package (VASP)30)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
육팔면체(cuboctahedron)구조를 가지는 147개 원자로 이루어진 백금 나노입자(Pt147, Fig. 1(a))를 사용해 Pt(100) 및 Pt(111) 미세면을 묘사하였다. Perdew와 Wang에 의해 제시된 PW91 functional31)을 사용해 Kohn-Sham equation을 구성하기 위한 exchange-correlation 에너지를 묘사하였다. 400 eV까지의 에너지를 가지는 평면파 basis set과 projector augmented wave method를32) 사용하여 초기 전자의 분포, 양이온으로 묘사된 원자 중심부와 외곽 전자들의 상호작용을 해석하였다. 나노입자를 활용한 계산이므로 Brillouin zone sampling은 Gamma point만을 이용하였다. 나노입자 구조와 전자분포에 대한 최적화 수렴기준은 각각 0.01 eV/A와 10-4eV로 설정하였다. 계산 수렴을 촉진하고 전자분포의 현실성을 위해 0.1 eV의 변위를 통한 Gaussian smearing function을 활용하였다. 이와 같은 계산 파라미터 활용기준과 모델 활용의 신뢰성은 본 연구진의 사전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28,33,34) 활성화에너지 계산을 위해 Henkelman 등에 의해 제시된 Climbing Image Nudged Elastic Band method를35) 활용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Pt147의 산소 흡착과 활성화에 대한 내재적 성능을 분석하기 위해 먼저 Pt147 표면에 대한 (1) O2의 흡착 에너지(Ead)와 지점, (2) O의 흡착 지점과 Ead를 계산하였다. 산소분자의 흡착은 Pt147에 의한 산소활성화 시작이 가능한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며, 산소원자의 흡착은 Pt147 표면에 흡착된 산소분자를 해리하여 활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또한, 산소분자의 해리에 수반된 활성화에너지(Eact)를 함께 계산하여 동역학적 판단을 위해 사용하였다.
Fig. 1은 Pt147 표면에 존재하는 O2 흡착 지점과 각각의 해당 지점에 O2가 흡착할 때 계산한 Ead를 보여준다. Pt147 표면의 각 구조적 motif들은 Fig. 1에 나타나 있다. 배위수가 가장 낮은 원자들이 존재하는 모서리에서 가장 강한 Ead가 나타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Pt(100) 미세면에서 O2의 분리적 흡착(dissociative adsorption)이 일어나며 강한 Ead가 나타난다[Fig. 1(c, d)]. 이때, 분리 후 생성된 두 개의 산소원자들은 Pt-Pt 사이의 이음지점(bridging site)에 위치하게 된다[Fig. 1(d)]. 그림에 나타내지는 않았으나 Pt(100)의 중심부문에서도 산소의 흡착이 일어날 수 있다. 이때, 분자 흡착(molecular adsorption)이 일어나며 Ead는 -1.95 eV이다. 이 경우는 추후 Fig. 3(b)에서 Pt(100)으로 나타낸 데이터 지점을 표기하기 위해 사용되었으나, Fig. 1(d)에 표기된 흡착지점들 대비 에너지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비 선호되며, Fig. 1(d)의 흡착 경우들과 흡착지점을 공유하기 때문에 실제 반응 환경에서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 일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상대적으로 배위수가 높은 Pt(111) 미세면은 Pt(100)이나 모서리지점 대비 낮은 Ead를 나타낸다[Fig. 1(b)]. 다만 실제 일산화탄소 산화가 일어나는 환경에서는 CO와 O2가 경쟁적으로 흡착하게 되며, 위와 같은 Pt(111)의 상대적으로 높은 배위수에 따른 약한 흡착은 CO 흡착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Pt(111) 역시 이후 연구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Fig. 2에 나타낸 산소원자의 흡착지점과 Ead는 Pt147이 산소원자와 강하게 흡착함을 보여준다. Pt(111)위에 가장 약한 흡착지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산소분자의 흡착과는 다르게 산소원자는 Pt147위의 대부분 지점에서 Ead의 편차가 크지 않다. 이와 같은 경향은 Pt147위에 흡착된 산소분자가 두 개의 산소원자로 전환되는 경우 산소분자의 흡착지점과는 거의 무관하게 Pt147의 다양한 지점으로 산소원자가 공급되어 활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Fig. 3(a)에 나타낸 Pt147위에서 Pt(100) ↔ 꼭지점 ↔ Pt(111) ↔ 꼭지점 ↔ Pt(100)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산소원자의 에너지 분포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산소원자의 이동에 따른 그래프의 y축 끝단이 1.0 eV으로 최대 값이 높지 않아 열역학적, 동역학적으로 산소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Fig. 3(a)]. 또한, 붉은색으로 나타낸 오른쪽 방향의 이동에 대한 Eact와 검은색으로 나타낸 왼쪽 방향의 이동에 대한 Eact 들이 최대 0.61 eV 이하이기 때문에 Pt147 위에서 산소원자의 이동이 매우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된다[Fig. 3(a)]. 확산이 가장 느린 0.61 eV의 Eact를 가지는 구간에 대한 확산 prefactor를 5 × 1012 /s-1으로 가정할 때, 300 K의 상온에서 확산 속도는 약 2 × 102 /s-1이며, 일반적인 일산화탄소 산화반응의 기준이 되는 섭씨 150도에서는 2.72 × 105 /s-1까지 증가한다. 이는 실제 일산화탄소 산화반응이 일어날 때 백금 촉매의 표면에서 산소분자의 해리가 일어나 산소원자가 생성되는 단계를 넘어서면 백금 촉매 표면 위의 다양한 지점에서 산화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Fig. 3.
Energetic landscape of oxygen activation on Pt147. (a) Activation energy barriers, Eact, of oxygen diffusion on Pt147. (b) Linear correlation between the energy of O2 dissociation (△Ediss) and the corresponding Eact. Red and black numbers in (b) present the Eact of O2 diffusion along each direction. Blue numbers in (a) denote the calculated reaction rate of O2 dissociation (s-1).
산소분자 해리의 경로를 다각적으로 고려하여 각각에 대한 Eact를 계산하고 이를 산소분자의 해리 에너지, △Ediss에 따라 배열하면 Fig. 3(b)처럼 나타난다. 모서리(Edge)에 흡착한 산소분자가 해리하는 한 가지 경우[Fig. 3(a)에 Edge*로 표시]를 제외하면 Eact와 △Ediss는 Brønsted-Evans-Polanyi (BEP) Relation36)에 따라 선형으로 배열된다. 즉, 산소분자의 △Ediss가 상대적으로 더 큰 경우 더 낮은 Eact를 가진다. 또한, Eact를 바탕으로 간단한 harmonic transition state 이론을 활용해 표현한 산소분자 해리의 정방향 반응속도(times per sec)는 모든 경우에서 최소 106 /s-1의 빠른 속도로 산소 해리가 일어날 수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앞서 Pt(100)에서 일어나는 분리 흡착 대비 낮은 산소 흡착력을 나타내며 산소 분자의 직접적 분자 흡착이 관찰되었던 Pt(111) 표면에서도 산소 분리가 매우 쉽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들은 Pt147 나노입자의 대부분의 표면에서 산소분자의 흡착지점과 무관하게 산소분자가 흡착되면 일산화탄소 산화를 위한 산소원자가 생성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산화물 지지체에 담지된 백금과 금 등의 나노입자 또는 단원자 촉매에서는 이들 귀금속들과 지지체의 계면에서 MvK 메커니즘에 의한 또 다른 산소 활성화 과정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미세면이 존재하는 백금나노입자의 경우 위와 같은 산소분자의 해리를 수반하는 LH 메커니즘을 통해 일산화탄소 산화반응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Fig. 3(a) 및 3(b)의 결과들은 산소분자 흡착이 일어나는 경우 후속 일산화탄소 산화반응이 매우 빠르게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본 연구진의 사전 결과에 따르면 백금에 의한 일산화탄소 산화반응에 대해 MvK에 비해 LH 메커니즘을 따르는 산화경로가 좀 더 낮은 Eact를 나타내며,16,29,37) 이는 Fig. 3에 나타낸 결과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Pt147 나노입자 표면에서 일어나는 산소분자와 산소원자의 Ead를 계산하고 산소분자의 해리에 수반되는 Eact와 생성된 산소원자의 표면 확산에 대한 에너지 다이어그램을 구성하여, 이들을 바탕으로 미세면이 생성된 백금 나노입자의 산소 활성화에 대한 원자단위 이해를 제공하였다. 미세면이 형성된 백금 나노입자는 표면 각 구성요소 마다 서로 다른 산소분자의 Ead를 나타낸다. 그러나 산소원자의 Ead는 전 표면 영역에서 비교적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백금 나노입자 표면에서 산소분자가 해리되는 경우 백금 나노입자 표면의 전 영역에서 활성화된 산소원자가 촉매 반응에 유사한 정도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금 나노입자 표면에서 이동하는 산소원자의 Eact 역시 최대 0.61 eV 이하인 것으로 밝혀져 이와 같은 산소원자의 반응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백금 나노입자 표면에서 산소분자의 해리에너지 △Ediss와 산소 해리의 Eact는 선형관계를 나타냈으며 기존 알려진 백금-산화물 계면의 산소 활용에 필요한 Eact에 비해 낮은 값을 나타내어 백금 나노입자 표면의 산소활용이 비교적 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본 연구 결과는 백금 나노입자의 크기에 따라 그 영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백금 나노입자 표면의 미세면이 산소활성화와 산화반응을 위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백금에 의한 산화반응은 백금과 산소, 그리고 반응물 사이의 상호 작용에 의해 반응 속도는 물론 반응점 역시 결정된다. 본 연구 결과는 백금 나노입자의 크기에 따르는 산소 활성화 경향, 일산화탄소와 산소가 공종하는 경우의 산소 활성화 특성, 산화물과 백금의 계면이 존재하는 경우의 산소 활성화 특성 등, 백금기반 산화 촉매반응을 종합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추후 연구를 위해 기초 결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